Chapter 1. 마켓 5.0 시대의 시작 : 휴머니티를 향한 기술
우리는 2009년에 마케팅 연재작 중 첫 번째인 '마켓 3.0'을 집필했다.
우리는 마켓 3.0을 전통적인 마케팅의 최종적 단계로 간주해왔다.
고객을 지적으로(마켓 1.0, 제품 중심의 4P전략),
정서적으로(마켓 2.0, 소비자 중심의 STP전략),
정신적으로(마켓 3.0, 인간 중심의 가치와 스토리 전략)
만족시키는 데 필요한 모든 구성 요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마켓 3.0 시대에 고객은 기능적이고 감성적인 만족뿐만 아니라 선택한 브랜드로부터 정신적인 만족을 추구한다.
이에 기업은 자신만의 가치를 내세우며 차별화를 이뤄낸다.
기업의 제품과 경영방식은 이윤 창출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사회와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마켓 4.0, 디지털로의 전환
2016년에 쓰인 '마켓 4.0'에서는 '디지털 세계에서의 마케팅'과 '디지털 마케팅'을 구분해놓았다.
디지털 세계에서의 마케팅은 전적으로 디지털 미디어와 채널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정보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활용하는 옴니채널omnichannel식 접근이 필요하다.
마켓 4.0 시대에 기술 사용은 매우 기본적이지만, 책에서는 고객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안 경험하는 모든 과정인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 전반에 걸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망라한 다양한 접점에서 고객을 상대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마케팅 틀을 소개했다.
마테크MarTech, 즉 마케팅과 기술을 적용한다는 건 단순히 소셜 미디어에서 콘텐츠를 배포하거나 옴니채널의 존재감을 구축하는 것 이상의 문제다.
'마켓 4.0'을 집필할 당시에는 마테크 기술들이 아직 주류가 아니었지만,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실제로 기업이 디지털화에 더 속도를 내게 했다.
이제 기업은 마케팅 전략, 전술, 운영에서 첨단기술이 가진 힘을 최대한도로 발휘해야 한다.
우리는 기술이 인류의 이익을 위해 이용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따라서 마켓 5.0은 마켓 3.0의 인간 중심성과 마켓 4.0의 기술 중심 요소를 모두 포함한다.
마켓 5.0 시대가 열렸다
마켓 5.0 시대는 세대 차이, 부의 양극화, 디지털 격차라는 세 가지 주요 해결과제를 배경으로 한다.
(세대 차이)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6년부터 1965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부머Baby Boomer와 이후 태어난 X세대는
현재 기업 내 경영진 자리를 꿰차고 있으며, 다른 세대와 비교할 때 구매력 역시 가장 크다.
그러나 1980~1994년 출생한 디지털에 정통한 Y세대와 1995~2000년 중후반 출생한 Z세대가
소비자 시장뿐만 아니라 노동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결정을 내리는 중장년의 기업 임원들과 그들보다 젊은 관리자, 그리고 고객 사이의 단절이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한다.
(부의 양극화)
고임금 일자리를 가진 상류층이 늘어나면서 명품 시장이 활기를 띠는 한편, 사회계층 피라미드의 밑바닥에 있는 하류층의 비중도 커지면서 값싸고 품질 좋은 대규모 대중 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그 결과 중간 시장은 위축되고 심지어 소멸하는 분야도 생겨나 업계에서는 생존을 위해 위나 아래 시장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격차)
디지털화가 가져올 잠재력을 믿는 사람들과 믿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의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도 해소해야 한다.
디지털화는 실직 위협과 사생활 침해 우려로 미지의 공포를 초래하는 한편 급속한 성장과 더 나은 삶을 약속해준다.
기업은 기술 발전이 이뤄지되 그로 인한 반감이 생기지 않도록 디지털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마켓 5.0은 무엇인가?
마켓 5.0은 '고객 여정 내내 가치를 창출, 전달, 제공, 강화하기 위해 인간을 모방한 기술을 적용하는 것'.
마켓 5.0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인간 마케터의 능력을 모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차세대 기술next tech이다.
AI, NLP, 센서, 로봇공학,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가상현실Virtual Reality, IoT, 블록체인 등.
예시들...
(AI)
AI는 지난 수년간 인간의 인지 능력을 본떠 특히 비정형unstructured 고객 데이터를 갖고 학습하면서 마케터에게 유익한 통찰력을 제공하도록 발전해왔다.
기업은 AI 기계 학습을 통해 예측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아 특정 기능을 갖춘 신제품의 성공 여부를 예측해볼 수도 있다.
이런 예측은 대부분 신제품 출시 후 실시하는 시장조사보다 정확도가 높으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콘셉트 테스트concept test(신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조사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통찰력을 얻게 해준다.
예를 들어, 펩시는 소셜 미디어 상에서 나눈 고객과의 대화를 심층 분석하여 정기적으로 신제품 음료를 출시한다.
AI는 또 고객 프로필을 토대로 쇼핑패턴을 파악하여 온라인 소매 업체들이 적절한 제품이나 콘텐츠를 추천하게 해준다.
추천엔진은 아마존, 넷플릭스, 유튜브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다른 디지털 기업들과 차별화를 이뤄낼 수 있는 결정적 수단이다.
고객에 대한 역동적 세분화와 자료 수집을 가능하게 해주며, 과거의 구매이력을 끊임없이 분석해서 고객에게 같은 카테고리 내 고가 제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상향 판매upsell와 다른 카테고리 내 다른 상품군도 사도록 유도하는 교차 판매cross-sell를 할 수 있도록 서로 무관해 보이는 제품들 사이의 숨겨진 관계를 찾아준다.
맥주 회사인 AB인베브AB InBev, 종합금융투자 회사인 JP모건 체이스JP Morgan Chase, 자동차 회사인 토요타의 브랜드 렉서스 등 다양한 기업과 브랜드는 AI를 활용해 최소한의 인력을 투입해서 광고를 개발하기도 한다.
(NLP)
AI는 NLP, 센서, 로봇공학과 결합해서 마케터가 고객 대면 활동을 수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적용 사례 중 하나가 고객서비스용 챗봇chatbot이다.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력 수급 문제에 직면한 기업은 로봇 같은 자동화된 수단을 동원해 일선 직원들을 대체하기도 한다.
일본 매장에서 커피 서빙을 AI 로봇에게 맡긴 스위스 식품 회사 네슬레,
로봇 안내원을 실험하고 있는 미국의 접객 업체 힐튼 호텔,
계산원을 안면인식 카메라로 대체하려는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인 테스코.
(센서)
소매 업체는 센서와 IoT를 이용해서 오프라인 공간에서 디지털 경험을 재현할 수도 있다.
소매점에 설치된 안면인식 스크린은 쇼핑객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추정하여 적절한 판촉활동을 벌이도록 돕는다.
미국의 식품·잡화 판매 회사인 월그린Walgreen이 매장 내에 설치한 냉장고가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
장품 편집숍인 세포라Sephora와 가구 기업인 이케아Ikea의 증강현실 앱은 쇼핑객이 구매 전에 제품을 미리 써볼 수 있게 해준다.
메이시Macy's 백화점과 소매체인인 타깃Target은 매장 내 길 안내와 특정 고객을 겨냥한 판촉활동을 위해 센서 기술을 적용했다.
이런 응용기술 중 몇몇은 마케터들에게 터무니없고, 심지어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기술이 얼마나 저렴하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만큼 발전했는지 알게 됐다.
이미 기업들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픈소스 AI 플랫폼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기술에 대해 심층적으로 논의했음에도, 휴머니티가 마켓 5.0의 중심축으로 남아야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목표는 원활하고 매력적인 새로운 고객 경험을 창조하는 것이다(그림 1.1).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은 인간과 컴퓨터 지능 간의 균형 잡힌 공생 관계를 최대한도로 활용해야 한다.
AI가 뛰어난 컴퓨팅 능력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오직 인간만이 다른 인간을 이해할 수 있다.
인간 마케터가 고객 행동의 기본 동기를 거르고 해석해야 한다(그림 1.2).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인간으로부터 얻는 정보가 맥락적인 한편 모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어떻게 배우는지 모르는 것들을 컴퓨터에게 가르칠 수는 없기에, 마켓 5.0에서 인간 마케터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따라서 마켓 5.0의 핵심 논의는 기계와 인간이 고객 여정 내내 최고의 가치를 선사할 수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선택하는 문제로 모인다.
기술이 어떻게 마케팅 효과를 높일 수 있을까?
디지털 기술은 마케팅 실무에 일대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다음의 다섯 가지다.
1.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게 해준다 (데이터 중심 마케팅)
디지털화의 가장 위대한 부산물은 빅데이터다.
풍부한 정보 소스를 통해 마케터는 이제 고객 개개인의 행동패턴을 세밀하게 분석해 대규모 1:1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2. 마케팅 전략과 전술의 결과를 예측한다 (예측 마케팅)
마케터는 AI 기반 분석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거나 캠페인을 하기 전에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예측 모델은 이전 마케팅 활동의 패턴을 찾아내서 어떤 활동이 효과가 있는지 파악하고, 그에 따른 학습에 기초하여 앞으로의 활동에 최적화된 디자인을 추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3. 맥락적 디지털 경험을 실제 세계에 접목한다 (맥락 마케팅)
디지털 마케터는 인터넷 사용장를 추적함으로써 개인화된 랜딩 페이지landing page, 적절한 광고와 맞춤형 콘텐츠처럼 맥락에 따라 매우 적절한 경험을 하게 해줄 수 있다.
4. 일선 마케터의 역량을 강화하여 가치를 제공한다 (증강 마케팅)
마케터는 인간과 디지털 기술 간의 최적화된 공생 관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AI는 NLP와 함께 가치가 낮은 작업을 함으로써 일선 직원이 본연의 임무인 고객 대면 업무에 집중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게 해줄 수 있다.
AR과 VR은 기업이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채 매력적인 제품을 소개할 수 있게 도와준다.
5. 마케팅 실행 속도를 올려준다 (애자일 마케팅)
'항상 접속 중인always-on' 고객의 기호는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기업은 짧은 시간 동안 기회가 주어졌을 때 수익을 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기업은 린lean 스타트업이 보여주는 민첩한 관행으로부터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린 스타트업은 신속한 시장 실험과 실시간 검증을 수행하기 위해 기술에 무척 많이 의존한다.
마켓 5.0의 5대 요소
마켓 5.0은 예측 마케팅, 맥락 마케팅, 증강 마케팅이라는 세 가지 기법의 '적용'을 중심으로 한다.
그리고 이런 적용은 데이터 중심 마케팅과 애자일 마케팅이라는 두 가지 조직적 '원칙'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그림 1.3).
제1 원칙: 데이터 중심 마케팅
데이터 중심 마케팅은 안팎의 다양한 출처에서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마케팅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최적화하기 위해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는 활동이다.
어떤 결정이든 충분한 데이터를 가지고 해야 한다는 게 마켓 5.0의 첫 번째 원칙이다.
제2 원칙: 애자일 마케팅
애자일 마케팅은 분산된 다양한 분야의 팀들을 활용하여 제품과 마케팅 캠페인을 신속하게 개념화, 설계, 개발, 검증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에 대처할 수 있는 조직적 민첩성은 기업이 마켓 5.0의 성공적인 구현을 위해 숙지해야 하는 두 번째 원칙이다.
첫 번째 적용 방법: 예측 마케팅
예측 마케팅은 제품 출시 전에 마케팅 활동의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 예컨대 기계학습을 통해 예측 분석 방법을 구축하고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 적용 방법: 맥락 마케팅
맥락 마케팅은 실제 공간에서 센서와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활용하여 고객과 맞춤형 상호작용을 하는 활동이다.
세 번째 적용 방법: 증강 마케팅
증강 마케팅은 챗봇이나 가상 비서처럼 인간을 모방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객과 대면하는 마케터의 생산성을 높이는 활동이다.
<생각해 볼 질문들>
- 당신의 조직은 소셜 미디어 마케팅과 전자상거래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디지털 기술을 구현했는가?
- 당신의 조직에 가치를 선사할 것으로 예상하는 첨단기술은 무엇이 있는가?